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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8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관련_대한수학회 성명서

관리자 hit 5018 date 2023-10-16

 

대한수학회 성명서

-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 붕괴와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2028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우려한다 -

 


대한수학회는 지난 1010일 발표된 ‘2028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은 오직 문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만을 고려한 시안으로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이 붕괴될 것임이 자명하여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 붕괴와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여 과학기술계에서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학 과목은 미적분와 기하를 제외시키고 기존의 문과 수학 범위로 축소되어 발표되었다. 미적분와 기하로 구성되어 있는 심화수학을 신설하여 선택과목으로 추가하는 검토안을 추가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의견수렴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쟁점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된다. 게다가 미적분와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목인데, 이를 심화수학이라고 새로이 명명한 것은 뭔가 대단하게 어려운 것을 추가로 배울 것 같은 뉘앙스를 나타내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에서 이과 영역이 완전히 제거되는 현 상황에서 소위 심화수학의 신설 여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논의하여야 할 것은 심화수학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학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존과 같이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와 같은 내용이며, 더 나아가 이과계열 학과에서 심화수학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여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방안이다.

이번 개편안은 모든 수험생에게 같은 수학 과목을 시험 보게 함으로써 ·이과 유불리를 해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과 유불리 현상은 선택형 교육과정과 수능의 조화에 실패한 파행적 운영이 만들어낸 문제이며, 수학에서는 정말 유불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반면, 대학 학습에 필요한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근간이다. 이번 개편안은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이과 유불리라는 빈대를 만들어 놓고는 이를 잡겠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집을 다 태워버리겠다는 형국이다. 수학에서 그동안 이과계열 진학에 필요한 소양으로 평가하던 과목을 없애는 방안으로,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단순함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더군다나 미적분와 기하를 포함하는 심화수학의 신설이 마치 사교육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교육목표나 다른 교육적 측면은 상관없이 사교육 감소를 교육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사고이다. 이제 이런 주장은 그만할 때가 되었다. 사교육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서열화, 입시 과열 등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에 있어서 그 해결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사교육 문제가 교육과정 및 수능과는 연관이 적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사회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예컨대 통계청의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수학, 과학 교과과정이 줄어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16,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 중인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2조로 현저히 증가했음을 볼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생 입장뿐 아니라 대학생 입장도 포함하여 다각적으로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어려운 과목은 수능에서 빼야 고등학생들이 행복해진다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학습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어려운 과목은 기피하고 쉬운 과목만의 반복학습으로 소비하고 정작 필요한 수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서 고등학교 내용 보완 과정을 겪어야 하는 이과계열 대학생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만 한다.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의 적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마주치는 엄연한 현실이다.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와 기하의 소양을 키우는 것은 21세기를 지배하는 과학기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에서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2015 개정 이전에는 이과계열 시험에 모두 포함되었던 내용임을 상기해 볼 때, 만일 미적분기하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으로부터 제외된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표명했던 ·이과 통합이 결국 이과 해체와 다름 아니었음을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말해주는 것이 된다. 이는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되는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여러 차례 개편을 거쳐왔으나 그때마다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새로운 문제점을 계속 만들어 왔다. 관계 당국은 이번 개편안이 누구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대한수학회에서는 미적분기하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과목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한다. 아울러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과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미적분기하 모두 선택하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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